2013/09/21 22:04

[루민/찬슈] Inside You 04 음지

 - 



 "우으..찬열아.. 비글놈아..."
"왜그래, 오늘 컨디션 꽝이야?" 

등교하자마자 쓰러지다시피 찬열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민석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걱정스레 작은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찬열의 손길이 섬세했다. 찬열의 크고 따듯한 손이 여간 다정했는지 민석이 살며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조용히 눈감고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작고 예쁜 얼굴에 찬열은 무언가 벅참을 느꼈다. 민석의 긴 속눈썹에 시선을 두고 있는 찬열 앞으로 그림자하나가 다가왔다. 툭툭- 자신의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찬열이 시선을 돌렸다. 민석은 잠이 더 깊게 들었는지 넒은 찬열의 어깨에서 편히 눈을 감고 있었다. 

"…루한?"
"민석이 좀 깨워줄래?" 

생각지 못한 인물이 서있는 상황에 찬열은 순간 당황했다. 와 진짜 잘생겼다… 어쩐지 학교가 시끄러웠어. 아침부터 여자애들 비명에 학교 무너지는 줄 알았네-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루한을 바라보았다. 루한은 찬열에게 예쁜 미소를 지어보이며 민석을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민석을 깨우기 위해 찬열이 큰 손을 옮겨 민석의 작은 어깨에 손을 댔다. 순간 찬열은 어제 자신을 붙잡고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던 작은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루한'놈'이라고 불러가면서까지 루한을 좋지 않게 보고 있었는데, 괜히 깨웠다가 그 작고 예쁜 얼굴이 더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일 것 이라고 생각한 찬열이 민석의 어깨에 올려둔 자신의 큰 손을 떼어냈다. 루한은 민석을 깨우지 않는 찬열을 바라봤다. 찬열은 루한에게 미안한 듯 웃어주며 잠든 민석의 고개를 조심스럽게 책상으로 옮겨주었다. 그리곤 자신의 가디건을 벗어서 민석이 자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베개를 만들어 주었다. 

"민석이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나한테 말해. 민석이 깨면 전해줄게."
"…." 

루한의 예쁜 미소가 순간 구겨진 듯한 느낌을 받은 찬열이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루한은 다시금 찬열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주며 어제 자신이 민석과 책상과 의자를 같이 옮기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찬열은 그제야 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큰 키의 찬열을 루한이 궁금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거 민석이 대신 내가 옮겨줄게."
"…고마워, 이름이?"
"찬열. 박찬열이야." 

찬열은 민석의 작은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교실 뒷문으로 걸어갔다. 루한은 가라앉은 시선으로 잠든 민석을 노려본 후 먼저 걸어가고 있는 찬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옥상 창고에 다다른 찬열이 뒤를 돌아 루한을 바라보았다. 루한은 자신보다 큰 키에 기분이 상하려했지만 예의상 미소를 보여주었다. 찬열은 옥상 창고에서 가장 깨끗한 책상과 의자를 꺼낸 뒤 조금 붙어있던 먼지를 후후- 하고 불어댔다. 루한이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행동에 찬열이 굽혔던 허리를 세웠다. 저렇게 착한 녀석인데 민석이는 왜… 찬열은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루한에게 의자를 내밀었다. 

"원래 의자까지 내가 들어줘야하는데, 미안하다."
"무슨 소리야 책상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걸." 

루한이 밝게 웃으며 흔쾌의 의자를 들고서 계단으로 발걸음을 먼저 옮겼지만 찬열은 가만히 루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따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루한은 뒤를 돌아 우두커니 서있는 찬열을 바라봤다. 찬열은 복잡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루한."
"응?"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뭐가?"
"…너 민석이랑 무슨 일 있었어?" 

찬열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루한의 눈썹이 움찔 움직였다. 그것을 빠르게 캐치해낸 찬열은 역시 자신이 느낀 위화감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루한은 의자를 고쳐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그럼. 민석이 되게 착하던데?"
"…그래, 오해해서 미안." 

루한만큼이나 잘생긴 얼굴을 가진 찬열이 약하게 입술을 물었다. 자신이 느낀 위화감은 틀리지 않았지만 저렇게 예쁜 미소를 보여주는 루한에게서 의심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책상을 들쳐 맨 찬열이 교실로 돌아가자며 시원하게 웃어보였다. 루한도 찬열의 웃음에 답변하듯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로의 시선이 어긋나자마자 미소 지어보이기 위해 올렸던 입꼬리를 내린 둘의 표정은 묘하게 날이 서있었다. 



민석은 수업시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복도창문에는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교생이 붙어있다시피 했다.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소리에 귀가 윙- 하고 울릴 정도였으니. 수업을 하던 선생님이 소리쳐보았지만, 그 유명한 루한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선생님의 수업이 밖에 있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민석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설상가상 루한의 자리는 찬열과 민석의 바로 뒷자리로 정해졌다.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는 복도 때문에 수학 공식을 적던 선생이 지쳤다는 듯 수업을 빠르게 마치고 교실을 나갔다.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에 민석이 책상위로 느릿하게 엎어졌다. 찬열도 피곤했는지 민석을 따라 풀썩 책상 위로 엎어졌다. 누워서 얼굴을 마주하게 된 민석과 찬열은 서로를 바라보며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뒤에서 찬열과 민석을 바라보던 루한은 무언가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새끼 둘이서 징그럽게 마주보고 웃는 행동에서 화가 난거라고 루한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예쁘게 웃어 보이는 민석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저기 루한. 나 싸인 좀 해줄 수 있어?" 

자신에게 수줍은 듯 걸어온 같은 반 여학생 무리를 바라보며 루한이 기쁘다는 듯 웃어보였다. 얼굴을 붉힌 채 종이를 내밀어오는 모습에 복도에서는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익숙하게 싸인 하는 루한의 모습을 잠시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여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루한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도 부탁했는데 오늘 또 부탁해서 미안해- 라고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는 여학생에게 루한은 더 아름다운 웃음을 선사했다. 루한이 싸인을 마치고 종이를 돌려주자 고맙다며 꺄아-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와 동시에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며 굳게 닫혀있던 교실 문이 무섭게 열리고는 다른 반, 다른 학년 남녀학생 모두가 물밀듯이 교실로 달려 들어왔다. 루한을 먼저 보려고 바삐 걸음을 옮기는 탓에 질서가 무너져 교실 문이 거의 뜯길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수십여 명이 루한을 감싸는 탓에 루한의 책상이 많은 인파에 의해 강하게 밀려나 자리에 앉아있던 루한의 복부를 강타했다. 배를 가격당한 아픔에 정신없을 루한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학생들은 단지 자신이 동경하던 연예인이 눈 앞에 있다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루한은 한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자신을 한번이라도 만져보려 아우성 대는 학생들의 모습이 홀로 남겨진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매섭게 달려드는 좀비들 같다고 느꼈다. 

"오빠!!! 손 한번만!!! 오빠 손!!!!"
"저리 비켜!! 루한 오빠 안 보인다고 씨발!!"
"꺄아!! 루한!!!!" 

루한은 방송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어디선가 들려온 손 잡아달라는 비명에 대답하듯 손을 아무 곳에나 내밀었다. 그 순간 안 그래도 질서 없던 무리가 단체로 크게 휘청거리며 루한의 손에 집착하듯 손을 뻗어왔다. 서로를 밀치던 탓에 루한을 둘러싼 무리들 중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이 단체로 우당탕탕 책상 엎어지는 소리와 함께 뒤엉켜 쓰러졌다. 학생들은 넘어지는 중에도 루한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소름이 돋았지만 루한은 최대한 미소지어주며 다치지 않았냐고 물어왔다. 넘어진 학생들은 그런 루한의 모습에 자신을 한 번 더 봐달라는 듯이 아픈 척하며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야. 비켜." 

루한의 귀에 시끄러운 학생들의 비명사이에서 낮게 가라앉은 찬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넘어져 있는 무리를 바라보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찬열의 표정에 루한이 도리어 주변을 살폈다. 루한이 전학 오기 전에 잘생기기로 유명했던 찬열은 항상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여학생들 덕분에 전교에서 교내 스타로 불렸었다. 엎어져 있는 무리의 학생들은 앞에는 루한이요, 옆에는 조금 화가 난 듯 보이지만 잘생긴 교내스타 찬열까지 있으니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넘어진 채 두 사람을 돌아가며 구경했다. 일어날 생각도 않고 자신과 루한을 찍어대는 학생들을 찬열이 우악스럽게 끌어내 던지다시피 밀쳐냈다. 

"야 이 씨발년들아. 좀 비켜라. 제발!" 

찬열이 무섭게 소리치는 탓에 학생들이 놀라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넘어져있던 무리의 학생들이 모두 비켜나자 맨 아래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듯이 신음을 흘리고 있는 작은 몸이 보였다. 민석의 책상이 넘어진 채 민석을 짓누르고 있었다. 루한의 손을 잡으려고 아우성치던 학생무리들이 단체로 넘어져 가까이에 누워있던 민석이 책상 밑으로 깔려 들어간 것이었다. 안 그래도 무거운 책상의 무게에다가 스무 명 정도의 무게를 예고도 없이 한꺼번에 받아낸 민석은 거의 기절해버렸다. 찬열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책상을 조심스레 민석에게서 걷어냈다. 이마에서 피를 흘린 채 여전히 움직이지도 못할 듯 아파하는 민석을 찬열이 안아들었다. 

"루한. 네 잘못 아닌 거 아는데. 앞으로 이런 일 없게 해줘." 

민석을 안아들은 찬열이 루한에게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 품안에서 민석은 죽은 듯이 숨을 쉬고 있었다. 루한은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에 아무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자신한테만 화를 내며 찬열은 따듯하게 바라보는 민석의 표정에 화가 났었지만 저렇게 죽은 듯 피 흘리고 있는 모습은 루한을 더 화가 나게 만들었다. 루한은 처음으로 표정을 굳힌 채 학생들에게 조용히 돌아갈 것을 부탁했다. 바닥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아쉽다는 듯 루한을 바라보며 천천히 교실을 나갔다.




-
노트북이 미쳤나봐여ㅜㅜ 핸드폰으로 옮겨서 치는 중인데 죽겠네여ㅜ 으 근데 차뇨리왜케머시쩌염?
⊙♡⊙

덧글

  • 2013/09/22 19:4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태그 2013/09/22 21:48 #

    이렇게 귀중한 덧글이 달려서 너무 기뻐요^_^!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ˆ﹀ˆ﹡)
  • 2013/09/22 23:4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태그 2013/09/23 00:28 #

    으어어ㅜㅜ 덧글감사합니다ヾ(*´∀`*)ノ
    이렇게 차뇨리와 민석이가 행쇼하게되었습니다...ㅜ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ㅎㅎ
댓글 입력 영역